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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정돈 글쓰기

죽음에 대한 내 생각

해당 웹툰을 읽고 글을 써내려 갔답니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로서는 죽음이 참으로 친근한 개념이다. 살인마나 사형수에 관한 영화가 흥행보증수표가 된 지는 오래고, 수많은 미디어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리 소설인 것 마냥 기사화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어린 아이들은 게임 속에서 총으로 사람을 쏴 죽이며 희열을 느끼고 있다. 나 또한 죽음이 어쩌면 오락화 되어버린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왔으며 죽음을 다루는 매체에 항상 노출 되있었다. 그러나 내가 죽음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한지는 불과 반년이 넘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시작할 때는 작년 12월. 그 당시 나는 교환학생 자격으로 호주에 있었고 11월에 학기가 끝난 뒤부터 뉴질랜드 여행과 남은 2년간의 대학생활에 쓸 생활비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늘어나는 통장잔고와 밤마다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하루하루가 재밋었다. 그런데 어느날, 사촌누나에게 아빠가 위암판정 받으시고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에 발견되어 아빠의 건강에는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맨 처음에는 안도하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감사하였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나자 아빠와 했던 통화내용들이 생각났다. 종종 전화가 와서 ‘군대이후로 경제적으로 독립했으니 쓸 돈 벌어오고 여행도 후회없이 하거라’라고 말씀하셨던 아빠가 요 몇일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우리 하나뿐인 아들 보고싶다고... 일 그만두고 빨리 집에 오라고...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 그리고 그 전화를 항상 짜증내며 끊었던 나.

자기 인생을 희생하여 키운 하나뿐인 자식이 자신을 두렵고 외로울 때 외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걱정에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다. 아빠가 얼마나 섭섭하고 두렵고 외로웠을까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엄청난 죄책감과 더불어 그동안 내 자신을 나름 효자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며칠 동안 괴로워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에 관해서 그리고 죽음, 더 나아가 나의 죽음까지. 이따금씩 했던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나 공포와는 다른 것이였다.

그것은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과 죽음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이 같이 새롭지만 새롭지만은 않는 죽음의 개념들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하던 나 자신에게 반성하는 계기와 함께 하루하루 기똥차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선물해 주었다. 게다가 나의 죽음에 대하여도 상상해 보았다. 백만장자가 되어서 내 자식들에게 엄청난 유산을 남기고 죽는다던지, 토익학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를 구하려다 죽는다던지,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는 음악을 붙들고 있다가 돈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던지, 정말 운 안좋으면 벼락맞고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아마 엄청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찰나에 불과하니까 어떻게 죽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 후회는 하지말자.

누구나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마음으론 느끼지 못하여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나 또한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나중에 시간되면 경주여행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땐 이 글귀를 읊어 본다.

‘참된 삶을 맛보지 못한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제이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