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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정돈 글쓰기

로멘티스트 카레빵맨

난 나와 오랫동안 함께한 것들을 좋아한다. 상큼한 생소한 아이유의 노래보다 어릴 때부터 지겹게 들었던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며, 마이쥬보다 새콤달콤을 좋아하고, 심지어 새 이불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쓰던 구피 캐릭터가 그려진 이불을 좋아한다. 인간관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설렘을 동반한 새로운 만남보단 소위 맨날 보는 얼굴들과의 만남을 더 선호한다. 이는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과의 추억이나 특유의 편안함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나와 너가 앞으로 만들어갈 추억들 때문이다. 이는 내 이상형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외향적으로는 귀엽고 청순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콩깍지가 쓰이는 스타일인 탓에 한번 콩깍지가 쓰이면 그 사람이 어떻든 간에 귀엽고 청순하게 보인다. 그리고 콩깍지의 원인은 바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추억이 기대되는 느낌이다. 그럼 무엇이 이런 느낌을 만드는지 나열해보겠다. 아래 부분을 읽기 전에 BGM으로 버스커버스커의 이상형을 틀고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엉뚱함이다. 내가 좀 엉뚱하고 어리바리해서 그런지 그녀도 엉뚱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길을 같이 걷고 있다가 갑자기 춤을 춘다던지, 뜬금없이 금요일(내가 금요일날 공강) 점심에 월미도 바이킹 타러 가자고 하거나 난대 없이 새벽 한시에 전화해서 노래불러주는 여자. 왠지 이런 여자라면 하루하루 설렐 것 같다.

다음은 여유와 자유로움.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구조 사회에서도 여유와 자유는 자유를 구속받던 시대보다 더 찾기 힘들다. 나도 가치관과 신념을 바탕으로 2~3년 앞의 취업이 아닌 10년이나 20년을 내다보고 웃으면서 여유롭게 나가고 싶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쳐 좌절할 때 많다. 이럴 때 힘내라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면서 웃어주는 그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던지 흥미진진하게 하는 여자이다. 내 저질개그를 아무렇지 않게 더 저질스럽게 받아 쳐주고, 일상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의 기준이나 종교, 죽음 혹은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까지 깔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신나게 떠들고 나서 말하기 민망하지만 사실 난 이상형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다. 앞에 언급한 조건의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내가 그녀를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는 모른다. 앞에서 내가 말한 것들은 누구라도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매력과 이성적인 매력에 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매력은 사람을 한두 번만 만나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잊혀지기도 싶다. 그러나 그녀 혹은 그를 알면 알수록 느낄수 있는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 매우 치명적이다. 비록 나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그 매력을 형용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 여자를 놓치면 결혼식전에 생각날 것 같은 느낌 같은 것이다. 살면서 이런 느낌 딱 한번 있었는데 결국 놓쳤다. 다음엔 놓치지 않으리

 

(오래전에 썻던 글인데 지금은 찾음....ㅋㅋㅋㅋ)

Jeju island 2020 (Feat. 놓치지 않은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