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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정돈 글쓰기

아름다운 것이란?

문뜩 길을 걷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에 수면양말을 사러가다 데이트중인 한 노부부를 보았는데 이 오래된 커플은 알록달록한 커플티를 맞춰 입고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활짝 핀 벚꽃에 감탄을 했을껀데 그때는 그 노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어찌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른다.

개인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큰 맥락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알아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이나 어떤 사물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서 소소한 감정은 느끼지만 좀 더 깊은 감정은 그 대상에 이해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나는 피카소의 작품, 베토벤의 교향곡, 고려청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축구 경기중에서 공이 그리는 포물선의 궤적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정석학술관의 건축미에 감탄을 하고 (정말 가끔씩) 역학에 나오는 식이나 법칙들이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이건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된다. 20학번 귀요미 후배들이나 길거리에 가끔씩 보이는 미인 학우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그건 그저 찰나의 감정이다.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깊은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선후배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이 나에게 영감을 주거나 마음이 통할 때, 어느 순간 상대방의 외모가 바뀌어 있다. 그 사람이 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을 알아갈수록 아름다워 보이며 이는 곧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Esprance, Australia 2016

또 다른 미의 기준은 개개인의 가치관과 각자가 지향하는 유토피아이다. 아름다움을 느낀 다는 것은 어찌보면 경외심과 wannabe 적인 감정을 반반 섞어 놓은듯한 감정이다. 그 감정은 우연일수가 없으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예를 들면, 네온사인으로 뒤덮힌 도시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도시의 문화적인 삶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고 산과 바다로 둟러싸인 시골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마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아름다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앞에서 말했다싶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만의 유토피아와의 만남이다. 영어성적과 학점, 그리고 각종 대외활동에 의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우리에게 이 감정은 자신이 잊고 있던 자신의 가치관과 지향하는 점을 다시 일켜워 주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어떤 것에 대해 진정 아니면 문뜩이라도 아름답다 느낄 때는 무심코 지나가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한다. 그것이 내가 진정 원했던 삶일 수도 있고 그녀가 내가 진정 원했던 여자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오래된 커플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것은 어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학점이나 영어성적이 아닌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불같은 사랑이 아닌 오랫동안 기댈 수 있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