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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정돈 글쓰기

불안에 대하여

불안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경험하는 현대인들에게, 불안은 아주 친숙하면서 꺼림칙한 개념이다. 먼저 불안은 편안하지 않다는 한자어로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싶이 ‘불안하다’라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복잡한 느낌이다. 불안이란 개념과 느낌을 더욱 더 잘 표현하는 것이 영어단어인 ‘anxiety’이다. anxiety는 그리스의 angh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angh는 ‘꽉 누르다’ ‘질식시키다’ ‘무거운 짐’이라는 의미가 가지고 있다. 불안한 사람들은 종종 숨이 막힌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듯 싶다.

나는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왜 자꾸 불안할 걸까? 가장 먼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태어나자 마자 자신의 계급이 정해지는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능력주의 사회이기에 자신의 능력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고 신분을 얻게 된다. 곧 현재 내가 어떻게 하냐가 미래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기회가 올 때까지 어떻게 자신을 키워나가고 행동하냐에 따라, 기회가 주워졌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낚아챌 것이고 누군가는 놓칠 것이다. 문제점은 기회를 놓칠 누군가가 자신이 될 것 같다는 공포이다.

부정적인 기억이 긍정적인 기억보다 더 강렬하듯 상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주로 성공했을 때의 환희보다 실패했을 때의 대가를 더 자주 상상한다. 눈을 감고 실패한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 시간을 낭비한 것 같고,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또다시 노력하고 기다려야 되는지 계산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걱정이고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내 미래가 깜깜해진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친구들, 형 동생들 그리고 부모님. 모두가 마음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정말 불안하다.

반대로 목표하던 것을 이루면 불안이 사라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증폭된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것은 더욱 더 참담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행복한 가정을 이룬 자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것이다. 오히려 더욱 더 일이 잘 풀릴수록 이 불안감은 행복한 자의 목을 서서히 쪼여간다.

이러한 불안감들은 종종 일을 그르치고 만다.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 때문에 시험에 낙오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부부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사실 불안감을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목표하고 원하는 바가 있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불안을 대처해야 할까?

바로 믿음이다. 여기서 믿는다는 것이 꼭 자신이 성공한다는 것을 믿는 것은 아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믿는 것은 물론이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수 있다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절대 나약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고 이것만이 나의 길이 아니라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실패를 질책하지 않고 다독여줄 가족과 친구들을 믿어야한다. 외로움은 불안감의 원천이다. 실패하면 왠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것 같고,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 외톨이가 될 것 같다. 이 외로움을 잠식시킬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믿는다면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불안은 우리가 피할수 없는 느낌이지만, 이를 잘 조절하는 자가 성공하게 될 것이다. 일에서이든, 사랑에서든 말이다.